-부제 : LCTM의 차익거래 기법에 대해 알아보자.



유명 헤지펀드인 LONG TERM CAPITAL MANAGEMENT에 대해.


이하 LTCM으로.


LCTM에 대한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LCTM의 파산에 맞추어 거대한 레버리지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 할 때 회자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LCTM의 스토리를 단순히 차익거래를 위주로 하던 한 헤지펀드가 1998년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바람에 파산하면서 금융시장에 일대 혼란을 일으켰다 정도로 알고있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은 비록 LCTM은 파산하였으나 LCTM이 사용했던 다양한 투자기법이 차후에 어떻게 많은 투자은행에게 전수되었는지, 그리고 여태까지도 헤지펀드들이 기본적으로 쓰는 기법들이라는 것.


선진 투자기법 / 시장의 효율성 / 글로벌 선도세력 에 대해 고민해보도록 하자.


LCTM이 주로 사용했던 전략은


기본적으로 채권의 차익거래에 치중하는 헤지펀드였다. 


*차익거래란? 기본적으로 동일한 두 자산의 가격이 일시적으로 벌어질 때 고평가된 것을 매도하고 저평가된 것을 매수함으로써 그 차익을 이득으로 취하는 무위험거래.


우리가 흔히 프로그램 매매라고 부르는 것이 이러한 차익거래에 포함되는데, 대개 주가지수 선물과 KOSPI200의 베이시스가 벌어질 때 그 베이시스를 먹기 위해 행해지는 거래를 우리 증시에서는 프로그램 차익거래라고 부른다.


A라는 지역에서 개나타라는 자동차가 2000만원에 만매되고 있는데 B라는 지역에서는 같은 개나타 자동차가 190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때 똘똘이라는 녀석이 이러한 가격차이에 대해 알게되었다. 그래서 똘똘이는 B지역에서 자동차를 매수한 다음 A 지역에서 매도함으로써 100만원의 차익을 챙길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거래를 차익거래라고 한다.


부동산 경매라는 것도 기본적으로 몇차례 유찰되어 헐값에 나온 부동산을 낙찰받아 더 높은 가격에 파는 차익거래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이러한 공짜 수익의 기회가 존재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기회가 있다면 똘똘이같은 녀석이 아무런 비용도 들이지 않고 공짜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


그래서 전통금융이론에서는 시장에는 이러한 차익거래의 기회가 존재할 수 없고 설사 존재한다 하더라도 워낙 찰나적이라서 지속적인 수익의 기회로 활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효율적 시장거래 가설을 비웃기라도 하듯 수많은 차익거래의 기회를 찾아다니며 수익을 내는 플레이어들이 많다.


시장이 상당히 효율적임에 분명하나 절대 완전히 효율적이지는 않다는 증거.


가치투자기법 또한 결국 내재가치와 시장가치의 괴리가 언젠가는 좁혀질 것이라는 점에 베팅하는 모종의 차익거래라고 볼 수 있는 것.


가치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시장가치와 내재가치는 같아야 한다. 그러나 시장의 비효율성 때문에 이 둘 사이에 괴리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이 때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적정주가로 평가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전통적인 가치투자의 핵심.


만일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가치투자도 소용없고 더 극단적으로 말하면 모든 종류의 적극적 투자가 소용이 없어짐.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다른사람보다 지속적으로 더 나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없으므로 최선의 대안은 인덱스펀드를 매수 후 영원히 보유하는 것...



사실 대부분의 개투들에게 인덱스펀드가 장기적으로 최선의 대안인 것은 맞다. 개투들의 대부분은 시장의 비효율성을 포착하는 능력이 없으며 도리어 그 비효율성을 증폭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선도세력들은 시장이 비효율적인 상태에서 고무줄처럼 효율적으로 복귀하는 정상적인 구간에서는 수익을 얻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비효율성이 소멸되지 않고 지속되는 구간에서는 큰 손신을 입으며 그때부터는 스스로가 시장의 비효율성을 증폭시키는 요소가 되어 시장을 교란시키는 경우가 많다.


LCTM의 파산도 정확히 이러한 케이스에 해당된다.



오늘날의 진정한 선도세력은 대부분의 경우 비효율성이 아닌 효율성에 베팅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LCTM은 여전히 많은 헤지펀드들이 구사하고 있는 다양한 차익거래 기법의 원조. 이러한 차익거래 기법의 예를 살펴보도록 하자.


1 고정수익 차익거래(FIXED INCOME ARBITRAGE)

여기에 해당하는 차익거래로는 


1.1 이자율 스왑 차익거래

1.2 국채-회사채 금리 스프레스 차익거래

1.3 장단 금리 스프레드 차익거래

등이 있다.



1.1 이자율 스왑 차익거래란 어떤 은행이 CD금리 +1%의 변동금리로 예금을 받아 5%의 고정 금리로 대출을 해주고 있다고 하자. 이 은행은 CD금리가 상승하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이를 헤지하기 위해 스왑딜러를 찾아 5% 의 고정금리를 주는 대신 CD금리 +2%의 변동금리를 바꾸는 스왑거래를 행할 수 있다.


그러면 이 은행은 CD금리 +1%로 예금을 받아 CD금리 +2%로 대출을 해주게 되어 1%의 금리를 무위험으로 얻을 수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이런 멍청한 스왑딜러를 찾아야 한다는 것.


1.2 국채-회사채 스프레드 차익거래란 국채금리와 회사채금리가 지나치게 벌어졌을 때 이 둘이 결국은 수렴할 것에 베팅하는 차익거래. 경기가 매우 혼란스러워서 시장이 비효율적인 상태에서 국채-회사채 금리 스프레드는 벌어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결국 종결되면서 스프레드가 축소될 것에 베팅하는 방법.


1.3 장단 금리 스프레드 또한 마찬가지. 채권의 단기금리와 장기금리의 차이가 지나치게 벌어졌을 때 이 차이가 좁혀질 것에 베팅하는 것.


2 짝짓기 차익거래


본질적으로 같거나 유사한 두 중목 간의 가격 괴리가 발생했을 때 언젠가는 그 괴리가 해소될 것에 베팅하는 것.


예를 들어 삼성전자 보통주보다 우선주가 더 크게 올랐을 때 이 격차가 언젠가는 좁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우선주를 공매도하고 보통주를 매수.


이러한 짝짓기 롱숏 전략은 동일 업종의 유사한 종목들 사이에서도 행해질 수 있다.



3 통계적 차익거래


통계적 차익거래란 본질적으로 짝짓기 차익거래에서 유래한 방법으로 특정한 변수를 기준으로 하여 종목 포트폴리오를 둘로 나누는 것. 


예를 들어 최근 변동성이 과도하게 증가한 종목군과 감소한 종목군을 서로 다른 두개의 포트폴리오로 구성하여 변동성이 큰 포트폴리오는 매도하고 작은 포트폴리오는 매수하는 식.


결국 변동성은 평균 회귀현상에 의해 두 포트폴리오 모두 비슷해질 것이라는 점에 베팅하는 것. 통계적 차익거래는 그 본질상 계산을 요하기 때문에 컴퓨터에 의한 분석 없이는 사용되기 어렵다.


하기사 오늘날 대부분의 차익거래는 컴퓨터 도움 없이는 불가능..


LCTM의 설립자는 과거 살로먼 브라더스(SALOMON BROTHERS)의 부사장이자 채권 트레이딩 팀장이었던 존 메리웨더. 그는 하급자였던 폴 모저가 재무부 당국에 허위보고를 한 사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오랜기간 일했던 살로몬 브라더스로부터 해고되면서 헤지펀드를 설립할 계획을 세우기 된다.


본래 함께 일했던 채권 트레이딩 부서를 살로먼 브라더스로부터 빼내고 1997년 블랙-숄즈 옵숀 가격 결정 모델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마이런 숄즈와 로버튼 머튼, FRB 부의장 데이비드 뮬린스 등을 영입하게 된다.


최고의 인재들로 구성된 드림팀은 국제적인 금융기관과 큰손들로 부터 12억 5천만 달러의 투자금을 모아 1994년 2월 출범하게 된다.


LCTM은 1995년에는 59%, 1996년에는 57%의 엄청난 수익률을 올리며 출범 이후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자신의 수학적 모델과 이론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에, 25:1에 달하는 자기자본대비 부채비율과 1조 2천 5백억 달러에 달하는 파생상품 포지션을 유지했다. 

차익거래란 본래 아주 작은 무위험 수익을 취하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큰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 과도한 레버리지에 의존했던 것.


LCTM은 1997년에도 전년도의 수익율에는 못미치지만 원금의 크기를 고려하면 여전히 엄청난 25%의 수익율을 기록한다. 이쯤되면 그들은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신화를 개척했다고 말할 정도.


문제는 이러한 과신에서부터 싹트고 있었다.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서 그들이 보유하고 있던 각종 채권의 금리 스프레드가 축소하기는 커녕 더 벌어지기 시작한 것. 

투자자들은 일본과 유럽국채를 팔아 미국 국채를 사러 몰려들었기 때문. 

그들은 마진콜을 당하게 되었고 증거금을 내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다른 차익거래 포지션을 어쩔 수 없이 손해를 보면서 청산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펀드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1억 8천5백만 달러에 이르렀다.


LCTM에 결정타를 날렸던 것은 1997년 여름에 구성한 ROYAL DUTCH SHELL이라는 이중상장기업(DUAL LISTED COMPANY)에 대한 차익거래 포지션.


이중상장기업이란 결국 서로 다른 주주그룹을 가지고 있는 동일한 기업이므로 그 주가가 종지에 수렴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그러나 그들은 증거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 포지션이 결국 수익을 내주기 이전에 청산하게 되었는데 그 당시 ROYAL DUTCH SHELL의 프리미엄이 22%나 증가한 것으로 보아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됨.


결국 LCTM음 파산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들이 보유한 엄청난 포지션 또한 지급 불가능 사태에 빠지게 되어 LCTM의 투자한 금융권의 연쇄 파산위기가 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골드만삭스, AIG, 버크셔 해더웨이가 LCTM을 2억 5천만 달러에 매수하고 3억 7500만 달러를 주입하여 골드만 삭스의 한 부서로 두기를 제안하지만 LCTM은 이를 거절.

결국 뉴욕연방 준비은행이 나서서 다양한 투자은행들로부터 자금을 투입함으로써 사태를 종료하게 됨.



LCTM이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무엇일까?


모두 말하듯 과도한 레버리지가 한 가지 요인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들이 이와같이 엄청난 레버리지를 겁 없이 차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생각하기에 시장이 결국은 효율성으로 회귀한다는 지나친 확신이 바탕에 깔려있었기 때문. 이는 또한 전통 금융 이론의 주장이기도 하다.


주로 학계의 천재들로 구성된 LCTM의 트레이딩 팀은 때로 시장은 효율성으로부터 상당히 오랜 기간 멀어질 수도 있으며, 이러한 비효율성 및 시장 불안정성은 예측치 못했던 사건(이를테면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에 의해 촉발될 수도 있음을 간과했던 것.


LCTM은 분명 베어링 은행을 파산으로 몰고간 닉 리슨의 사건이나 그외 유사한 금융사건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LCTM의 투기는 철저한 계산 하에 진행되었고, 3년이상 눈부실만한 실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문제는 그들이 자기 자신의 이론과 계산을 지나치게 과신함으로써 가격 간의 괴리에만 신경을 썼지 자신들의 생각과 현실 사이에 생길 수 있는 괴리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여러분 또한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분이라면 어떠한 기법을 통해 연속적인 수익을 달성하게 된 후, 그 기법을 점차 과신하게 되고 거만해지면서 과도한 베팅을 감행하다가 큰 손실을 본적이 있을 것. 


시장이란, 완전히 파악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실체가 변해버리는 이상한 생명체라고 생각한다..



시장은 때때로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비합리적으로 행동하고 비효율적인 상태에 빠질 수 있다.


결국 이러한 비효율적 상태는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적어도 현재까지의 역사를 보면) LCTM의 투자철학은 옳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러한 기간이 상당히 길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했으며 바로 이러한 점이 과도한 레버리지에 의해 그들을 추락시킨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사용했던 전략들은 오늘날 이용되고 있는 다양한 차익거래 전략의 토대를 이루고 있다. 

그들이 비록 실패하였으나 이론적으로나 실제 투자세계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


금융세계는 점차 복잡해지고 있고, 이러한 시대에도 개투들은 여전히 외국인이 이 종목을 샀으니 올라갈 것이라는 등의 너무나도 순진하고 단순한 생각에 빠져있다. 시장은 더이상 그렇게 천진난만한 관점에서 해석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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